2008/10/07 00:53 | Corporate Blog Cocktail

오늘은 풀무원 블로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올해 9월 18일에 오픈한 농심의 <이심전심> 블로그에 비하면 <풀무원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 블로그는 한살 터울의 '언니 뻘'이다. (왠지 블로그는 'she'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1년 앞섰다고 해서 그만큼 더 블로그의 퀄리티가 좋으냐? 글쎄...
포스트 갯수와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전체 포스트의 반이 '뉴스 레이더'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아주 사적'이라던 블로그 공간의 반을 신제품 출시 보도자료들이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블로그가 정말 사적인지 묻고 싶다. 

http://blog.pulmuone.com/

(Tistory에 등록된 풀무원의 블로그. 하얀 바탕에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로 가득한 스킨이 정겹다.)

풀무원은 자사 블로그에 <풀무원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연필과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듯한 스킨에, 깔끔한 구성과 차분한 색상 선택은 자연스럽게 풀무원의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린다. 스킨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풀잎을 뒤집어 쓴 캐릭터를 통해 풀무원이 하는 일을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잘 표현했다. 하지만 칭찬은 여기까지. 블로그 디자인은 뭐 흠잡을데 없이 좋지만, 제목이 문제다.
 
'사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공적인 이야기'(보도자료, 신제품 출시 뉴스)까지 원본 그대로 올려놓는 일관성 없는 블로그 운영 방식 때문에 그런 딱딱한 포스트들이 블로그 자체의 물을 흐려놓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굳이 블로그에 신제품 출시 소식이나 보도자료 내용을 올리고 싶었다면,  좀 더 거칠고, 다듬어 지지 않은 앵글에서 촬영된 사진과 다른 포스트들에서 사용되던 말투를 유지했어야 했다.

풀무원 블로그의 의도는 무엇인가? 풀무원 블로그 운영자는 이 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포스팅 원칙을 다시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풀무원은 왜 블로그를 하나?

풀무원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사람을 위한 먹을거리를 만들면서 정성은 커녕 '장난'이나 치고 있는 식품 제조 기업들이 파다한 이 시점에, 풀무원이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들이는 이 많은 정성들은 우리 제품의 품질과 청정도를 보장합니다. "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포스트 하나를 올려도 저 메시지를 담고 있거나, 저 메시지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저 메시지를 어떻게 포스트에 녹여내야 독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아무리 알찬 포스트를 올리더라도 그 무리 속에 기사 및 보도자료가 섞여 있다면, 그것은 풀무원 블로그가 가져야 할 중요한 맥락을 흐릴 뿐이며, 메시지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더군다나 소비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이 신성한 곳에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의 공식 언론 자료들이 섞여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잡음들을 제거해야 독자들이 '이 블로그는 특별한 곳'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만 독자들의 진짜 목소리를 겨우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쨌든 지금 풀무원 블로그에는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신제품 출시를 통보하는 식의 기사와 '풀반장'이 쓴 다른 '친숙한 어투'의 포스트들이 물과 기름처럼 둥둥 떠있다.        
블로그를 잘 이해하고, "블로그"를 정말 할 줄 아는 독자가 풀무원 블로그를 본다면, '조금 더 친숙한 표정의 가면'을 쓰고 있는 풀무원의 또다른 웹사이트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냥 풀무원 브랜드를 자주 애용하고, 요리에 관한 포스팅을 즐기는 몇몇 블로거들을 이용해 브랜드와 제품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려 했다면 이는 성공한 전략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웹사이트 상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웹사이트 유행이 지나서, 이젠 사람들이 인터넷 사이트보다 블로그에 더 많이 가니까...그래서 블로그를 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블로그는 웹사이트 대체용이 아니다. 블로그는 훨씬 더 다양한 얼굴을 지녔다. 풀무원이 자사의 블로그를 어떤 얼굴로 성형해 나갈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다. 바라만봐도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과 웰빙에 대한 고민을 술술 풀어 놓고 싶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불평과 충고를 하게 되는 그런 얼굴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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