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스타벅스 코리아가 내세운 키 메시지는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올 초 스타벅스는 어떤 사전 공지나 언론 발표도 없이 새해 초부터 가격 인하 소식을 안겨줘도 모자랄 시기에 갑작스레 가격 인상 조치를 취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작년에 강조했던 키 메시지의 일관성을 스스로 깨 버렸을 뿐만 아니라, 가격 인상 조치를 더 부정적으로 확대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업체들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하다는 둥 가격 인상이 아닌 조정으로 봐야 한다는 둥 인상 조치의 의미가 달리 해석 되기를 유도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발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소비자들의 큰 원성을 샀습니다. 원래부터 스타벅스를 즐겨찾거나 커피를 좋아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스타벅스의 가격에 거품이 지나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던 가운데, 가격 인상을 앞두고 전략적이고 납득 가능한 메시지들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동네 포장마차 수준의 대응이며 글로벌 브랜드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그를 식히기 위해 꺼낸 이야기들도 하나부터 열까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박할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커피를 파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비즈니스를 한다', '고객은 우리의 친구나 아들딸, 부모님처럼 대해야 한다'던 하워드 슐츠의 말이 생각납니다. 스타벅스 코리아 또한 '고객과의 관계'를 값지게 생각하며, 고객 관계 강화에 힘쓰는 것이 스타벅스 코리아 브랜드의 궁극적 목표라는 것을 내·외부에 커뮤니케이션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스타벅스의  만트라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 증거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Just say yes only when you can
매장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전국의 모든 스타벅스 매장들이 문을 연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고객들이 매장을 드나들면서 스타벅스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막상 직원들에겐 고객 대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이 없습니다. 고객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Just Say Yes"라는 원칙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원칙이 있어도 그것을 늘 지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격 인상 조치에 뒤이어 시행된 쿠폰 프로모션 때에는 쿠폰이 릴리즈 되고 난 한참 뒤에야 본사에서 쿠폰의 구체적인 사용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바람에 엄청난 혼란을 빚었습니다. 그 때 매장의 직원들은 쿠폰만 인쇄해 가져온 고객들에게 "Just Say Yes" 할 수 없었습니다. 고객에게 정중히 이메일 원문까지 인쇄해 와 달라고 부탁하며, 고객들의 쏟아지는 불평을 감당해야 했을 겁니다. 이 외에도 가이드라인이 명확치 않은, 또는 스타벅스의 브랜드 원칙에 반하는 속성을 지닌 각종 프로모션들 때문에 매장 직원들은 고객들을 달래느라 홍역을 앓는다고 합니다.  

Starbucks, they asked for it
겉으로는 '고객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스타벅스 코리아에게 이토록 많은 의문점과 걱정 아닌 걱정을 갖게 된 것은 이러한 스타벅스 코리아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영업 활동들이 언젠가는 정말로 큰 위기를 불러 오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올 초부터 쭉 스타벅스 관련 소셜 미디어 대화들을 모니터링 해 오고 있다 얼마 전 참으로 유익한 사이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열성적인 스타벅스 마니아들의 스타벅스 코리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아이러브스타벅스" (www.ilovestarbucks.co.kr)

They will watch you but they will never ever listen to you
이 사이트에 회원 가입은 아직 하지 않았지만, 회원 가입을 하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유익한 포스팅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특히 운영자의 스타벅스 불만 게시판을 흥미롭게 읽다가 왜 스타벅스가 말과 행동이 다른 병에 걸렸나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됐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절대 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듣고 있어도 반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입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모니터링부터 시작하라는 말이 있지만, "아이러브스타벅스"의 운영자는 심지어 스타벅스 코리아가 모니터링을 하기 전부터 불만사항들을 대표이사에게 이메일로 전달하는 수준으로 상당히 능동적인 열성 고객입니다. 홈페이지의 오류나 매장 안내문의 오탈자, 일본 스타벅스 레시피와는 다른 국내 커피 레시피에 대한 의문사항까지 이 운영자는 수없이 많은 개선점들과 질문들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것은 대부분 힘없고 형식적인 메아리였다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이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하고는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몰래, 신분을 속이고, 조직적으로 가짜 ID를 생성해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하면서 게시된 중요한 불만사항들은 여전히 묵살하였다는 것입니다.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열성 고객으로써 스타벅스가 직접 내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찾아와 주었다는 것은 운영자에게는 어쩌면 영광이거나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스타벅스에 대한 대화를 스타벅스와 직접 할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관련 포스팅: 9개월만에 공개하는 스타벅스 뒷 조사 (URL: http://www.ilovestarbucks.co.kr/zbxe/137565)
그러나 스타벅스는 이런 금쪽같은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 했습니다. 운영자는 몇 년의 오랜 시간 동안 스타벅스를 사랑하는 한 고객으로써 스타벅스 홈페이지 게시판, 이메일, 커뮤니티 등을 통해 스타벅스 코리아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습니다만, 결국에는 커뮤니티에 이런 고백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운영자는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이 추구해야 할 것과 소셜 미디어 상의 대화를 두고 기업들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 등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소셜 미디어 대화 모니터링을 하는 데 있어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들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5 things you should do when you monitor your customers' conversations
1. 그들이(고객, 소비자) 말하는 것을 보고 듣되, 듣고 있는 것을 당당히 자랑스럽게 알려라.
2. 무언가 중요한 것을 들었으면 반응하라. 감사를 표하고, 사과를 표하고, 생각을 표현하라.
3. 감사하다거나 죄송하다는 말을 전달했으면 그것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라. 행동으로 옮겨라. 개선에 나서라. 아니면 관련된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관련 부서에 그 대화를 전달하라.
4. 그들의 어떠한 지적이나 평가, 대화를 온 정성을 다해 듣고 있으며 그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직접 표현하라.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하라. 차단하고 싶은 노이즈로 여기는 듯한 인상을 절대 주지 마라.
5. 그들의 관심과 열정, 보탬이 되려는 의지에 박수를 보내라.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라. 

스타벅스 코리아는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위 원칙들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을 보인 듯 합니다.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았고, 듣고 있으면서도 안 듣는 척, 안 보는 척을 하면서 고객으로 하여금 "무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고, 고객 게시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개선하겠다', '이런 것들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표현하면서도 즉시 개선을 하지 않아 기다리는 고객을 허무하게 만들었습니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위기가 실제 발생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 상황을 잘 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발생 가능한 위기들을 사전에 감지해 완화하거나 사전 대비에 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발생 가능한 위기들을 사전에 감지해 내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으로 "듣는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내·외부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잘 듣고 이해해서 우리 조직 주변에 존재하는 작은 가능성들을 식별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고객 접점이 많거나 고객 불만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기업들이 외부의 목소리를 가장 쉽게, 상당히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곳은 단연 소셜 미디어입니다. 갈수록 더 많은 기업들이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공유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는 최근의 경향도 고객의 목소리를 더 깊이 듣고 이해하고자 하는 맥락입니다. (효과적인 위기 대비를 위해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체계적으로 고안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을 위기관리에 직결시켜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고 또 그렇게 하기도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층적 논의는 나중에 다시 하겠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그 소중한 목소리들을 듣고 생산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스타벅스 코리아가 치명적인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대화를 거부하고, 수동적인 듣기를 주로 하는" 경향이 앞으로 스타벅스에 위기를 몰고 오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사실입니다. 소셜 미디어가 더 확산됨으로써 고객과 소비자들은 점점 더 많은 곳에서 포럼을 형성하거나 대화를 나눌 것이고, 그러한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연쇄적이든 아니든 스타벅스 관련 인식에 대한 일정한 공감대가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 상의 스타벅스 관련 대화는 앞으로 양적이나 질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며, 지금과는 다르게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두고 단편적인 모니터링, 감시, 구독 행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이해하고 반응함으로써 대화의 참여 범위를 점점 넓혀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잃게 되는 시간의 몇 배나 되는 가치를 지닌 것들을 획득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러브스타벅스"의 운영자께서 스타벅스의 고객 대상 태도와 반응에 대한 단상들을 "스타벅스의 뇌 구조"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정리한 것이 재미있어 그것을 아래에 공유합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스타벅스 단골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들이라고 하니 헛웃음이 나올 따름입니다. 스타벅스에게 조만간 또 감당키 어려운 위기가 닥칠 것만 같은 예감은 저만의 과대망상은 아닐 듯 싶습니다.
   




Posted by 강경은(S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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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러브스타벅스" 운영자는 참으로 대단하네요.
    어느 분 말씀대로 스타벅스가 감성마케팅이만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신선하고 좋은 글 감사!~

    2010.01.28 12:56 [ ADDR : EDIT/ DEL : REPLY ]
    • :) 한 번 만나뵙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열정과 능력을 갖추신 분 같습니다. 제가 스타벅스 담당자라면 양가감정이 생길 것 같긴 한데...그래도 스타벅스 브랜드 자체에는 참 고마운 역할을 하고 계신 듯.

      2010.01.28 18:11 신고 [ ADDR : EDIT/ DEL ]
  2.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원칙적이면서 중요한 것을 짚어주는 아주 강력한 인사이트네요. 더불어 기업의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대응전략 등의 필요성에 관해 너무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포스팅 이었습니다. :)

    2010.01.28 13:45 [ ADDR : EDIT/ DEL : REPLY ]
    • 공감해 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브랜드"를 정말~ 내 목숨처럼, 내 분신처럼 진지하게 생각하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멋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0.01.28 18:13 신고 [ ADDR : EDIT/ DEL ]
  3.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는 과정 자체도 쉽지 않은데 위에서부터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재미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2010.01.28 15: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비밀댓글입니다

    2010.01.29 19:30 [ ADDR : EDIT/ DEL : REPLY ]
  5. 윤은만

    흘러흘러 접하게 되었는데, 깔끔하게 정리된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다만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이렇게 좋은 조언을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한 기업은 '절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배가 되네요 ^^
    개인적으론, 글에서 언급된 사이트의 회원이기도 해서 더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2010.02.17 01:30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 윤은만 님도 스타벅스의 팬이신 건가요?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2010년 올해에는 멋진 소비자들과 함께 나날이 발전하지 않을까...예측해 봅니다.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은 기업인 것 같네요.

      2010.02.17 10:48 신고 [ ADDR : EDIT/ DEL ]
  6. let_it

    단순하게 의사소통 부재로만 치부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물론 여러 방면에서 잘못된 부분 (이해되지 않을정도로)이 없는건 아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오너들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업문화가 더 문제시 되죠.
    사실 변명스럽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변화가 있을꺼라 생각되요. 지켜봐 주시길...

    2010.02.17 12:19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점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 안에서도 변화하고 진화할 거라 믿습니다. 올해도 열심히 지켜 봐야 겠죠.

      2010.02.17 14:31 신고 [ ADDR : EDIT/ DEL ]
  7. 조아름

    아이러브스타벅스 가입하고 싶은데 절대 안되네요. 방법 알 수 있을까요?
    arum0906@gmail.com 부탁드려요

    2012.02.03 18:0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