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서 잠실 교보문고에 "링크의 경제학"을 사러 갔다가 보기 좋게 낚였습니다. 집 대문 앞까지 그들이 쫓아와 끝없이 추궁을 당했다는 친구의 피해담(?)을 듣고 저 역시 한두번 당한 것도 아니라서 다시는 그들의 덫에 걸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ㅎㅎ 그들의 새로운 수법에 딱 걸린거죠. 그들이 누구냐고요??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바로 이런 부류들입니다.
a. 눈(또는 영혼)이 참 맑으세요
b.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시네요  
c. 어디서 많이 뵌 거 같은데...
d. 얼굴이 참 남다르시네요
e. 당신은 정말 특별한 분입니다
f. 조상님들로부터 안 좋은 기운이 내려 오시네요

근데 오늘 한 가지 항목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h. 미술치료 공부하는 학생인데, 통계 자료로 쓸 그림 하나만 그려주시겠어요? (꽤 그럴 듯 하지 않나요?ㅎㅎㅎ)

제가 찾는 책도 안 보이고, 성가신 마음에 퉁명스레 대답은 했는데 그 사람 얼굴을 쳐다보니 가관이었습니다. 어찌나 사람이 졸음에 "잠겨" 있던지, 창백한 얼굴에 또렷이 진 쌍꺼풀 수술 자국도 그 졸린 눈을 치켜 올려주지는 못 하더군요. ㅋㅋ 심지어 말투까지 졸린 것이 상당히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찝찝하지만 알겠다고 하고서 교보문고 옆의 커피 숍에 들어가 같이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그림 하나로 무슨 테스트를 해 준다기에 그 학생이 테스트를 해 주는 줄 알았더니 왠 또 "언니" 한 분이 오시더라구요. 단춧구멍 같은 두 눈과 반뼘 정도 접어 입은 황토색 골덴 바지에 핑크빛 체크무늬 남방 차림의 (이 인상착의를 조심하세요) 그 분은 제 맞은 편에 딱 앉았습니다. 

나무와 집과 사람을 그려보라고 해서 ("호기심천국" 이나 아이돌 가수 관련 케이블 프로그램 같은 데서 본 듯한...) 대충 뭐 그렸더니 그 때부터 그 아줌마스러운 "언니"가 점쟁이처럼 돌변했습니다. 제 성격을 거진 다 맞추더군요. 뭐 통계를 기반으로 한 거라 당연한 결과라며 이것저것 얘기하는데~우와...대단하던걸요...솔직히 5분 넘게 꽤 자세한 분석을 다 듣고 났을 때는 개인적 치부까지 들켜버린 기분이 들어서 영 찜찜했습니다. 

근데 그 때부터 뭔가 그 사람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뭔가 빚을 지게 하려는 태도를 발견했습니다. 통계 자료를 수집한다던 얘기는 온데간데 없고, 나에게 "이게 웬 떡이야" 라는 느낌을 들게 하려고 온갖 화술을 동원하고 있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이 때 문득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 떠오르면서 왠지 이 사람이 나에게 곧 뭔가를 요구할 것 같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뒤에 정말 뜬금없이 자기한테 음료수를 하나 사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돈 없다고 잡아떼다가 일어섰습니다. 그 사람이 결국은 그 유명한 "조상님들과 제사" 이야기를 시작하더라구요. ;;;  

혹시 전화번호라도 달라며 쫓아올까봐 걸음을 재촉하는데, 갑자기 그 아줌마 같기도 하고, 언니 같기도 한 그 여자의 모습이 어쩌면 마케팅식 접근 위주인 기업 블로그와도 닮은 구석이 있겠다...싶었습니다. 

쿨해 보이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기 위해~ "거의 미소에 가까운 무표정"을 하고, 상대방(고객)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애를 쓰다가...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만족하는 순간,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는 것...블로그로 마케팅 하려는 기업들의 모습과 일치합니다. 순수히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man-to-man interaction을 위해 다가선 것처럼 유의미한 대화를 시도하는 척 하지만...머지 않아 나에게서 조금이라도 빼먹어 가려고 하는... 의도로, interaction 보다 ROI가 더 중요한...

블로그 좀 한다는 블로거들은 이제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게 소위 3류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것이고, 그 3류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것이 "도를 아십니까" 보다 더 우스운 낚시라는 걸 말이죠. 요즘 웬만한 서울 시민들이 "눈이 참 맑으세요",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따위의 멘트에 무반응으로 대응하거나 신경질을 내듯이, 블로그 마케팅도 머지 않아 그런 취급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블로그 마케팅 말고, 블로그 "커뮤니케이션"이 이제는 대세라는 거죠. 아, 오늘 일하느라 링크의 경제학을 다 읽지 못한 것이 아쉬운 새벽입니다.     

    
Posted by 강경은(S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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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09.02.18 09:15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이 참 많네 이번엔 ^^ㅋ 난 그럴땐 딱 잡아땜... 맨아래 두문단 공감합니다. 이제는 더욱이 온라인, 블로그를 하는 대행사가 많은데(ROI 로 사실 월급을 받는 신세이긴하지만), 정말 잘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 후회할지도! 뭐 닥쳐서 한다고 하면 ... 뭐 못말리지만.

    2009.02.18 09:32 [ ADDR : EDIT/ DEL : REPLY ]
  3. 전 서울 올라온 지 갓 안되었던 대학 1학년때 신촌 현대 백화점 앞에서 '그들'을 처음 뵈었습니다. 그분의 대사는 "기운이 참 좋으시네요 정말 특별해요 이런 분을 본 적이 없어요"였답니다. 너무 순진했던-_-;; 지라 무서워 덜덜 떨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내가 기운이 좋은가? 생각했는데(하하) 그들의 18번이라는 걸 알고 나중에 또 웃었답니다.
    어떤 타이밍이 있지요 정말. 나한테 무언가 요구하겠는걸, 하는 ^^

    2009.02.24 13:13 [ ADDR : EDIT/ DEL : REPLY ]
    • 이제 그들을 그만 만나고 싶은데, 요즘 불황이라 그런지 그런 분들이 더 활개를 치는 것 같아요...ㅎㅎ밤길 조심하세요-

      2009.03.01 20:29 신고 [ ADDR : EDIT/ DEL ]
  4. 와우~ 오랫만에 공감이 가는 포스팅이군요. 요즘 PR과 마케팅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중인데요..
    결국은 모두 커뮤니케이션인것을..

    2009.03.01 17: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커뮤니케이션..아무렇게나 할 수는 있지만 예쁘고 착하면서도 전략적으로 하기...그게 보통 내공이 필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아님 내공 대신 푸짐한 진심만 있어도 되는 거 같기두 하고;ㅎㅎ

      2009.03.01 20:2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