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 "기업 블로그는 제품이 아닌 스토리를 팔아야 하는 곳"에서
기업 블로그는 자기만의 스토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런데 이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그냥 좋은 제품을 만들 뿐이고...그냥 마케팅 했고...
우리 물건이 그냥 팔리고 있고...' (어처구니 없이도 유행 지난 개그를 활용하고 있다 ^^)
막상 스토리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니 
매력적인 스토리를 내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두려움도 들고,
그 동안 별 스토리 없이 브랜드를 팔아 왔다는 생각에 무능감도 들 것이다.
우선은 스토리텔링 기법에 대해 배워야 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서점에 수없이 쌓인 스토리텔링 관련 서적이나 '스토리의 힘'에 대해 강조하는 서적들을 찾아나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글감을 발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글감만 제대로 발견해도 글은 줄줄 써지기 때문이다. 
생동감 있는 글감은 저절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화려한 수식어로 꾸미지 않아도 알아서 빛을 내고,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그러한 글감은 누구에게나 있다.
심지어 길가에 세워진 트럭에서 떡볶이를 파는 아저씨에게도 그 정도 얘깃거리는 있다. 
그런데도 기업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호소하는 듯 보인다.
어떤 글을 보면 가끔은 '그렇게 멋진-유명한-큰 브랜드를 갖고도 그렇게 쓸 게 없었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내용 뿐이다. 

쓸 게 안 나오는 이유는 자기 브랜드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1번 - 자신의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2번 - 자신의 브랜드를 그냥 '죽은 물고기' 취급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3번 - 글쓰기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향상 또는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단지 블로그 내의 글쓰기가 브랜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 못 해서 일 수도 있다) 
 
일단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신념이 없는 1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런 사람이라면 절대 블로그를 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 및 브랜드 블로그가 잘 굴러가려면
기업 내부의 브랜드 전도사가 기업 외부의 브랜드 전도사(=소비자)와 소통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PR 담당자니 고객 마케팅 담당자니 아니면 기타 부서 특정 계급이라고 해서 
무조건 블로그 집필에 참여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별로 없는 이에게서 건조한 스토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은 진리 아닌가..

2번은 자신의 브랜드에 애정과 관심은 있지만 
브랜드에 확실한 자부심이 없거나, 브랜드 의미 자체를 마케팅을 위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연히 글로 쓸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3번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향상 및 유지에 기여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없다 보니 
블로그는 열심히 하나 컨텐츠의 질이 늘 제자리이거나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
 
2번, 3번은 모두 광고 영상, 광고 컨셉 설명, 광고 모델, 자사 관련 언론 기사, 보도자료 등 
기업 및 브랜드의 마케팅 및 PR 활동에 쓰인 컨텐츠들을 가지고 주로 블로깅한다.        
물론 그러한 컨텐츠들은 때로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아이템을 잘 엮으면 자기 브랜드의 현주소나 브랜드가 진화한 역사를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직설적으로 각인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으며,
이미 기존에 쓰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컨텐츠를 재생산, 재구성하는 아주 간단한 방식을 통해
보다 쉽고 빠르게 블로깅 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로그 안의 모든 컨텐츠가 그런 글들로 채워져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블로그를 제2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이용하는 행위일 뿐, 
블로그의 장점과 기능을 스스로 차단해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이미 그런 케이스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결국 나의 결론은 이렇다.

* 기업 블로깅을 하려면 우선 자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혼신을 다한 글쓰기(!!!)를 통해 그것을 유지 또는 발전시키고 향상시키려는 목표를 정해야 한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이미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제대로 정립된 곳이라면 
자기 브랜드의 이미지, 스타일에 부합하는 글쓰기만 하면 된다. 
내가 쓴 글 하나가 우리 브랜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명심해야 한다.

* 브랜드에 대해 누구보다 큰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당연히 기업 블로그의 필진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기존의 기업 블로그 담당자가 그러한 내부 동료들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에 미친 동료들, 특정 제품을 찬양하는 동료들, 사보 집필팀 등을 가까이 하라.
 
* 끊임없이 가치 있는 글감 발굴을 위해 보다 피나게 노력해야 한다. 
(브랜드에 대해 애정과 관심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 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업 블로그를 지속한다면 그냥 싸이 미니홈피 일기투성이가 되고 말지 않을까.     
          
  

 
             

Posted by 강경은(S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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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타고 들어왔습니다. 정용민 부사장님이 좋은 인재와 함께 일하고 있군요. 잘 읽고 가요. 앞으로도 좋은 스토리 많이 들려주길요.

    2009.04.01 07:48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직은 제가 많이 모자라지만 정 대표님께서 많이 이끌어 주고 계셔서 늘 배우고 있습니다. 조만간에 한경 아카데미가 오픈하면 수업 날 한 번 동기들과 교실로 찾아가겠습니다. :)

      2009.04.02 21:26 신고 [ ADDR : EDIT/ DEL ]
  2. 브랜드에 대한 삐뚤어진(?) 자신감이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2009.04.01 08:37 [ ADDR : EDIT/ DEL : REPLY ]
    • 음...충분히 자신감이 있어도 되는데 그렇지 못한 블로그들을 보고 쓴 거라 내용이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컨텐츠가 없는 상황에서의 과대포장은 대화를 이끌어가는 데 방해가 되겠지요. 제가 그런 케이스는 아예 고려하지 않았네요. 그런 경우에는 기업 블로그를 이미지 증진과 가치 공유의 장으로 꾸려나가기 보다, 더 나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소비자의 의견을 받는 곳으로 운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9.04.02 21:29 신고 [ ADDR : EDIT/ DEL ]
  3. 포스팅이 참 좋네요...ㅎㅎ 항상 인사이트 강한 글들 RSS로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이제 블로그에서 댓글도 열심히 달고 그래야겠네요... 그런 취지로 PR주제 블로거 리스트를 정리해서 트랙백 남깁니다. 사실, 우린 미투에서 더 친한데...ㅎㅎ

    2009.04.02 09: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놀러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코치님 :) 리스트에 제 블로그가 없는 줄 알고 "왜 제껀 빼놓으셨죠 황코치님ㅠㅠ" 했다가 오늘에서야 제 블로그가 리스트에 보이더라구요. 저까지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미투 말고 오프라인에서도 친해져요 :>

      2009.04.02 21:31 신고 [ ADDR : EDIT/ DEL ]
  4. '혼신을 다한 글쓰기'에 완전 공감합니다. ^^ 좋은 글은 대상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에서 우러나오는 거겠죠?

    2009.04.28 23: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