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인정하는 건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최근 개인적 계기를 통해 겪어 보니 그렇다는 걸 더더욱 실감합니다. 그래서 기업 위기 발생시 그 피해와 책임을 떠안은 이들의 인지부조화가 그 기업 위기관리 수준을 저하시키는 요인들 중 꽤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 인지부조화를 조직의 리더나 담당자 개개인이 얼마나 잘 핸들링 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위기관리 대응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

왜 그토록 잘못을 인정하기가 어려운 걸까요?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을 때 나타날 반응을 예상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일까요?
마음 속에 대책 없는 낙관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일까요?
성악설을 믿어야 되는 걸까요? 자존심과 체면, 오만 같은 것들 때문일까요?

*

사실은 그 모든 게 자연스러운 마음의 반사적 작용에서 출발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심리학 수업에서 "인지부조화"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시던 교양과목 강사님이 해 주신 설명들을 떠올려 봅니다.  잘못을 인정한다는 건, 그 잘못이 부른 화가 크면 클 수록 당사자의 뇌 속에 더 큰 인지부조화, 더 큰 불쾌감을 불러 오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그 동안 내가 논리적, 이성적이라 주장해 왔던 것들, 그를 뒷받침 하기 위한 근거들을 단숨에 부정하는 것임과 동시에 내 의사결정이 옳았다는 강한 자기 확신에 모순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큰 사안이건 작은 사안이건 간에 어떤 사안에 대해 두 가지 이질적인 생각을 동시에 품는다는 것(=부조화)은 상당한 불쾌감, 불편한 감정, 혼란을 동반합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이런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것을 스스로와 타인에게 이해시키려 하다 보면 공격적, 수동적, 방어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불편한 진실을 배제하고 내 마음이 살아남는 게 내 우선이니까요. 그 때 거치는 프로세스를 쪼개 보면 아래와 비슷한 모습일 거란 것을 심리학 수업 때 배웠습니다.

1) 결과적으론 나쁜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사실에 먼저 과잉 집착을 보인다
2)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신념(착각?)을 보호하고 증명하기 위해서 그에 반대되는 주장에 맞서 싸울 생각을 한다
3)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근거로써 자신의 행동을 지나치게 정당화하거나, 외부귀인을 통해 남을 탓하거나, 현실을 부정하는 행위를 택한다

결국 갈등 또는 대립, 모순 관계에 있는 두 가지 명제 사이에서 스스로 인지부조화 상태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 하면, 잘못된 결정이나 선택의 철회가 상당히 버거운 과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게 남에게 얼마나 쉬워 보이든, 얼마나 당연한 일이건 간에 말이죠.   

잘못을 쉽사리 인정하지 못 하는 리더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심리학 복습 시간이었습니다. 무조건 "진정성을 나타내라", "겸손한 태도로 사과하라", "잘못과 실수에 대해 자발적, 선제적으로 얘기를 꺼내라"와 같은 단편적 행동지침으로는 실제 기업 위기관리 수준을 변화시키는 데에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리더들이 위기 발생시에 뇌와 마음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어떤 느낌으로 사고하고 반응하는지를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이나 훈련 기법을 제시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강경은(Sammi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비밀댓글입니다

    2010.10.19 18:37 [ ADDR : EDIT/ DEL : REPLY ]
  2. I like this article,it looks very meaningful.I think It is composed by whitegirl 2012-09-08.Thank you very much!

    2012.09.08 12:27 [ ADDR : EDIT/ DEL : REPLY ]

분류없음2010.10.18 13:12
주말 동안 책, 뉴스 기사, 블로그 포스팅 등을 읽으면서 지금 직면한 어떤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간곡히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런 문구를 어딘가에서 발견했습니다.

"만들어진 사람 찾지 말고 네가 만들어라."

어디서 본 건지 출처가 기억 나지 않아 난감합니다만... 고대 벽화에서부터 발견됐다고 하는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 같은 말과 뻔한 수준이 비슷해서 (...) 굳이 출처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단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저 비슷한 문구를 보고 작년에는 무릎을 탁 쳤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만큼 공감이 가지는 않습니다. 만들어진 사람을 찾는다는 게 참 어리석으면서도 힘든 일이란 건 알죠. 하지만 자기 자식도 내 뜻대로 안 된다고 한탄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은 이 세상에^^ 남의 자식을 어떻게 내 자식처럼, 적어도 나와 내 사고를 닮게 만드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시스템 개발과 트레이닝을 통해 만들고 또 만들어야 겠죠. 하나 하나 분석하고, 이해하고, "맞춤형 성장을 위한 맞춤형 자양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야죠. (이런 노력의 가장 큰 자양분은 인내심인 듯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든 아래에서든 서로 인정하고 보상을 해 줘야 하는데, 그런 것이 가끔 소홀히 여겨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됐건 간에 늘 조직과 경영, 리더쉽에 관련된 모든 원칙은 그 원칙에 기반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겠죠? 한 조직 내에서 모든 구성원이 큰 방향성을 다함께 맞춰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실감하다 보니... 성공하는 조직에는 천운이 따르는 것인가 보다 싶습니다.

조직을 경영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상상이 안 갑니다. :)



Posted by 강경은(Sammi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정용민

    나도 상상이 안간다...

    2010.10.18 13:30 [ ADDR : EDIT/ DEL : REPLY ]
  2. I like this article,it looks very meaningful.I think It is composed by whitegirl 2012-09-08.Thank you very much!

    2012.09.08 12:30 [ ADDR : EDIT/ DEL : REPLY ]

얼마 전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기업에서 잠재 위기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 소비자가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한 것입니다. 그 불만의 내용을 상세히 이 곳에 밝힐 순 없지만, 그 내용의 대부분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공격적이면서 기업 윤리와도 연관된 부분들이 많아 금세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소비자가 불만사항으로 제기한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실제 책임자인 A는 "본사 원칙에 전혀 그런 일과 관련된 부분이 없고, 원칙적으로 그런 일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소비자가 말하는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소비자가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일반적인 사항'이 아니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실제 책임자가 위와 같은 입장을 보인 반면에, 다른 부서의 관련 담당자인 B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본사에 그 일과 관련된 원칙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 원칙이 우리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포괄하고, 통제할 수 없지 않겠느냐"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위기관리 관점에 있어서, A와 B 중, 어느 반응이 적절한 것일까요?" 하는 질문은 너무 수준 이하겠죠? 책임자로서 당장 해당 사안의 인과에 대한 책임을 떠안기 싫은 A의 반응을 십분 이해합니다. 제가 정확히 이해한다고 장담한다면 그것도 위선이자 오만이라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A의 그런 반응을 처음 접했을 때는 우선 소비자의 말에서 배어 나오는 부정적 감정에 대해 그가 조금도 공감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직에서의 생존 본능이 앞섰던 것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조직을 비난하고 있는 소비자에 대한 분노가 앞섰던 것인지, 상황에 대한 낯선 느낌과 두려움이 앞섰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A는 그 순간 이 이슈를 더 큰 위기로 확산시킬 수 있는 '내부의 적'과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만약 A의 저런 언행들이 외부로 새어 나갔더라면 그것만으로도 불만을 제기한 소비자의 감정을 몇 배로 증폭시켰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죄도, 적도 전부 우리 안에 있는 듯 합니다.

안타깝게도 점입가경으로 A는 그 소비자와 직접 통화하고 싶고, 그렇게 해 달라는 말까지 남겼다 합니다. 다행히도 그런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하니 A와 A의 회사는 일촉즉발의 순간을 모면했다 싶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금 '(인하우스 담당자로서, 조직의 한 일원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위기 마인드'에 대해 돌아 보게 됩니다. 내게는 비상식적인 일, 비정상적인 일이 우리 조직 내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발생하는 것이 위기라는 것. (또 비상식적, 비정상적인 일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위기관리라는 것) 또 어떤 일에 대해 비상식적, 비정상적이라고 단정지으면서, 오히려 내가 더 비상식적, 비정상적으로 그 일에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결국 기업 안의 모든 직원들이 "설마~" 보다 "혹시?"를 가까이 하는 것이 성공적 위기 대비의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지금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설마~~~" 하며 도망치거나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혹시?!!!"라는 생각과 함께 상황을 주체적으로 관리하고 회복할 의지를 가장 먼저 느껴야 한다는 건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까요? 
Posted by 강경은(Sammie)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