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5.03 일선의 애드립부터 막자 (1)
지난 두어 달 동안 다양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역시나 위기 상황에서 일선의 애드립만큼 위험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당장의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방어 본능을 앞세우게 되는 습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본능이 위기 시에 혼자 날뛰게 놔두면 별의별 애드립이 다 튀어 나옵니다. 입에서 튀어나오는 족족 위기를 양산하고 확산하는 애드립들이죠.
 
위기를 만드는 애드립 #01
늘 고등어구이 정식을 먹으러 가는 회사 근처 식당에 가서 고등어구이 정식을 시켰다. 반을 쫙 갈라 엎드린 고등어 한 마리에 조그만 된장찌개 뚝배기를 늘 먹어 왔는데, 오늘따라 된장찌개가 안 보인다. 식당 아주머니께 된장찌개 언제 나와요 물으니...아주머니 왈,
"된장찌개 같은 거 원래 안 나오는데..."(몇 번이나 가격 대비 최고라고 하면서 먹어 왔는데...소비자를 일단 의심한다.)
몇 번이나 여기서 고등어구이 정식을 먹으면서 된장찌개를 먹었다고 하니, 아주머니 왈,
"고등어가 큰 거라서... 된장찌개를 안 드렸어요..."(화난 소비자 앞에 당황한 나머지, 비논리적인 변명이 불쑥 튀어 나온다. 원래 변명이란 거 자체가 비논리적이지만...)

위기를 만드는 애드립 #02
역삼역 근처 일식집에 가서 생라멘을 시켰다. 생라멘 대신 미소라멘이 나온다. 아주머니께 메뉴가 잘못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 하니...아주머니 왈,
"저희 집은 미소라멘이 맛있는데, 생라멘 말고 미소라멘 한 번 드셔 보세요~" (소비자가 화난 이유를 제대로 짚지도 않고, 당장 위기를 모면하려 억지를 부린다.)
어이가 없지만 다시 주문할 시간이 없어 묵묵히 먹다가 반찬에서 쉰 맛이 나서 반찬이 쉰 것 같다고 이야기 하니, 아주머니 우리 테이블 바로 앞에 서서 맨손으로 단무지와 김치를 한 점씩 집어 드신다. 그러더니 아주머니가 우리 앞에서 바로 입에 넣었던 반찬들을 손바닥에 토해 내며 뱉으신 한 마디...
"우웩~~~~~~~~~~" 
 다 먹고 나니 계산은 다른 점원에게 맡겨둔 채 어디로 피신하셨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신다. 화가 난 소비자의 응대를 얼떨결에 떠맡게 된 다른 점원에게 다시 불만사항들을 이야기 하니, 그 아주머니 왈,
"알아요. 저도 들었어요. 18,000원입니다." (그 날 먹은 볶음밥과 라멘값의 정확한 합계!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보상은 커녕 일요일 점심을 망친데에 대한 사과라도 한 마디 제대로 듣고 싶었건만. 자기 이익 챙기기만 바쁘다.)

위기를 만드는 애드립 #03
닭곰탕을 시켜서 첫술을 뜨니 벌레가 덩그러니 숟가락에 건져졌다. 식당 점원을 불러 벌레를 들어 보이니 점원 왈,
"요즘 날씨가 더워서 벌레들이 좀 많아졌나..." (위기 상황을 제3자 탓, 상황 탓으로 돌린다.)

조그만 식당보다 더 큰 기업이라면 이럴 가능성들이나 기회가 훨씬 더 많습니다. 우리 회사의 실무자들이 (너무나 인간적이라서) 이런 방어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위험한 애드립을 위기 때마다 만들어 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검증을 원하는 기업들의 수요도 최근 상당히 많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일선 실무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준 및 역량의 점검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에 대한 요청이 지난 연말부터 SS에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요.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나면, 가장 놀라는 것은 실무자 당사자들입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농담 조로 참가자 분들께 "이번 기회를 빌어 소비자에게 한 번 빙의돼 보시라"고 말씀 드리곤 합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소비자 역할을 맡아 롤 플레잉을 진행하셨던 참가자 분들이 대부분 입을 모아 얘기하십니다. "소비자들이 이런 심정이었구나...이렇게 맥 빠지고 답답하고 화나는 기분이었구나..." 

일선 실무자들의 커뮤니케이션부터 최대한 통제하고 안전하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 실전적 위기관리의 출발이라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Posted by 강경은(Sammi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심해...항상...:)

    2010.05.07 00:44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