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말다툼을 하는 때가 종종 있죠. 말다툼을 하다가 "이것만큼은 드러내지 말았으면" 하는 문제를 상대방이 끄집어 낼 때, 우리는 꼭 당황하게 됩니다. 보통 격한 감정으로 말다툼을 하면서 "만약 이런 심한 말을 하면 내가 뭐라고 하지?"하고 그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민감한 발언을 했을 시에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격앙되고, 대화가 점점 고조될 수록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통제 능력에 마비가 오기도 합니다. 전략적으로, 즉 최대한 이성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려면 가장 먼저 감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게 최선인데 말이죠.       

정말로 회사에 치명적이거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인터뷰를 할 때에도 이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위기와 직결될 수 있는 이슈의 경우,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뷰가 진행되는 일이 많겠죠. 너무도 갑작스러운 미디어와의 대면에, 회사와 나에게 불리한 발언을 하게 될까봐 노심초사 하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그건 언론 담당자라도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장 기자를 어떻게든 돌려 보내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하우스 홍보팀에서 이런 일을 겪는 상상만 해 봐도 이미 끔찍하기 그지 없네요. 실제로는 제가 상상하는 것보다 기분이 더 최악일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정신 차리고 기자의 공격적인 질문이나 지나친 자극에 동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너무도 어려운 일을 쉽게 얘기하는 것 같아서 참 말 꺼내기가 어려운데요, 그래도 화를 내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기자의 논리가 비뚤고, 꼬였더라도 그것을 깊이 받아들이지 마시고 차분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해야 키 메시지라도 제대로 던져주고 돌아설 수 있을 것이며, 기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말 같지도 않은 기자의 논리를 먼저 뭉개 버리는 것이 논쟁에서 이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자가 틀렸다고 해도, 일정한 목적을 갖고 먼저 공격해 오는 기자의 발언을 무조건 부정하고, 비난해 버리는 것은 절대 전략적이지 않습니다. 기자도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이성적인 논리보다 케미스트리를 중시하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케미스트리를 잘 관리하셔야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저 쪽에서도 어느 정도 수용해 줄 거란 것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에서 인터뷰 실습을 하다 보면, 1차 인터뷰 및 코칭후, 키 메시지 활용법을 배운 뒤 2차 인터뷰 때 키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키 메시지를 반복, 또 반복해야 된다는 코치들의 키 메시지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나머지, 녹음기처럼 기계적으로 키 메시지를 반복하시는 부분도 생깁니다. 이것도 케미스트리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 피해야 할 일들 중 하나입니다. 

사실 키 메시징 스킬보다 어려운 것이 케미스트리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일 같습니다. 키 메시징 스킬이 없어도, 케미스트리만 잘 관리해서 생존하는 경우도 많구요. 위기시 인터뷰 할 때, 키 메시징 스킬과 케미스트리 관리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후자를 선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강경은(S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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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크고 작은 위기들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내의 여러 기업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기 유형 중에서는 경영자 입장에서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최근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경영자나 책임자들에 대한 언론 기사를 보면 공중과 해당 위기 상황의 영향력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억울하다, 내가 피해자다"는 식으로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공중 탓을 하거나, 자기들의 비즈니스 환경의 어려움에 대해 상당히 강조하거나, "나 아닌 남들은 이해 못할 우리들만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감정에 호소하기도 한다. Finger-pointing이 한마디로 난무하고 있다. 책임 있는 해명과 유감 표현을 기대했던 공중들은 맥없이 뉴스를 끈다.

그러한 경영자와 조직의 판단은 실수를 시인하는 것이 불러올 손실이 그 반대의 상황에서 오는 손실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거라 생각한다. 아님 정말로 외부 환경 탓이거나 다양한 공중의 인식과 지식 수준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던 간에, 경영 상의 실수, 사고, 논란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 조직이나 브랜드의 가치를 현저히 떨어 뜨린다. 사람들은 심지어 자연 재해나 테러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대도 조직의 대응 수준과 메시지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조직은 그 조직만의 기술이나 서비스가 있어 존재한다. 그러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사람이며, 이들에 의해 조직 외부의 사람들은 많은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다양한 편의와 혜택을 제공해준 조직에게 사람들은 댓가를 지불하고, 이 댓가로 조직은 계속 굴러 간다. 남 탓, 환경 탓에 익숙한 경영자와 조직이 생각하는 경영은 여기까지다. 하지만 성공적인 경영은 조직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연관성을 하나의 그림으로 이해하는 것이며, 그 요소들 중 어느 하나를 완벽하게 관리하는데 실패했을 시 안정적인 순환구조가 붕괴되면서 그것이 치명적인 위기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며, 상호연관된 다양한 요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결국 조직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때, 조직은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고, 다른 조직들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위기를 겪고 있는 다양한 조직들을 들여다 보면 아직 이 정도의 성숙한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늘 발생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아예 제거하는 것이 힘들다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책임이라도 인정하고 개선 의지라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게 공중들의 바람인데 조직은 뭐가 그리 두려운지 늘 방어하기 바쁘다. 

위기를 무시하고, 반응하지 않거나 위기에 대한 책임을 슬쩍 치워두는 것이 조직의 가치를 더 보호해 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Posted by 강경은(S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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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의 최선은 위기에 끌려다니지 않고, 현실 세계의 시나리오를 직접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을 통해 시나리오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힘(=탁월한 위기 대응력)은 어디서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대본을 잘 쓰는 드라마 작가의 자질을 갖추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들이 실제 삶에서 소재를 얻고, 수없이 많은 습작을 통해 트레이닝을 하듯, 위기 대응력의 업그레이드도 역시나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현실 속 경험에서 나온다. 꼭 이런 위기관리 트레이닝 프로그램들을 통해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부에서 위기관리에 오너쉽을 가진 몇 명이 모여서 토론을 하며 워크샵을 하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좋은 시작이다. 돈 한푼 들지 않고도 어느 정도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물론 많은 자료 수집과 분석, 추가적인 공부가 자율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예산이 있고 없는 두 가지 경우에 대한 훈련 팁을 써 본다.

1.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인물(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100% 이해하고,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구체적인 분석 내용이 머리에 사진처럼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
▶ No Budget? 내·외부 공중 분석 실행 후 보고서 작성
▶ Ready for an upgrade? 내·외부 공중 분석 실행 후 보고서 작성 & 가상 시나리오를 통한 이해관계자 Role-playing 워크샵   

2. 시나리오의 국면을 전환시키는 결정적인 대사를 마구 써낼 수 있어야 한다.
▶ No Budget? 다양한 이슈별 키 메시지 구상 후 내부 공유
▶ Ready for an upgrade? 다양한 이슈별 키 메시지 구상 후 내부 공유 & 미디어 트레이닝

3. 어떤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서 위기를 악화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What if"를 주문처럼 외면서 상상력의 한계를 떨쳐 버려야 한다. 그리고 상상한 사건들과 변수에 대해 주인공이 어떤 대응을 해야 가장 긍정적이거나 가장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예상이 적중해야 한다.
▶ No Budget?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 구상 및 숙독 + 상황 흐름 예상
▶ Ready for an upgrade?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 구상 및 숙독 + 상황 흐름 예상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4. 짧은 시간에도 주어진 소재로 멋진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순발력과 준비된 자세를 지녀야 한다. 늘 데드라인에 쫓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항상 닥쳐 오면 바로 해치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 No Budget? 위기 대응 가이드라인 준비 및 전사적 공유
▶ Ready for an upgrade? 위기 대응 가이드라인 준비 및 전사적 공유 & Emergency Drills 


Good luck!
Posted by 강경은(S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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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는 최대한 기획사와 소속 가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꽤 애를 쓴 듯 하다. 그러나 메시지를 들여다 보면 문제가 꽤 있다.

1. 왜 이렇게 대응이 늦었나에 대한 변명이 시원찮다. 원작자의 대응을 기다리고 있었다라니...(뭐 이건 "표절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인정 못 하겠다"는 말의 우회적인 표현이니 대충 넘어가자) 차라리 이 복잡한 말을 지금보다 훨씬 전에 하지 그랬나.

2.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나. 왜 담담하지 못 한가. 아무리 네티즌들, 저작권자, 언론이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으로 논란을 몰아갔다고 해도, 화난 것이 말투에 묻어나는 메시지가 얼마나 논리적이고 사실적으로 받아들여질까. 그 긴 시간 논란을 해명하지 않고 겨우 입을 연 이유가 "분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3. Finger-pointing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솔직히 아예 안 하는 것이 최선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정석이나, YG는 이번 논란에 관련된 다른 주체들을 여럿 지적하고 손가락질 하는 부분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아무리 소니 ATV 측에서 지나친 대응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그에 대한 말은 아끼고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판단하도록 놔두었어야 했다. 별로 전략적인 편 가르기 같지는 않아 보인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YG 소속 가수들의 노래들이 표절이나 아니냐 하는 문제인데 그 문제보다 소니 ATV 측에 대한 평가와 비난이 일부 단락의 핵심 메시지가 되고 있다. "이들이 저작권자인 동시에 유명인들이다 보니 소니 ATV가 이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메시지로 본인과 본인의 소속사를 피해자로 포지셔닝 하고 있는데, 논리가 상당히 빈약하다.

4. 자신의 주변인들, 소속 직원들, 작곡가들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평가를 이용해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워낙 팬층이 두텁고 기존의 포지션이 좋아서 이런 메시지가 통할지도 모르겠는데, 별로 상황을 해명하고, 논란을 진화시키는 데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거라 본다.  

5. 도대체 표절 논란에 대한 핵심 메시지가 뭔가? 한 마디로 압축 좀 해 주지. "그렇다면 이번 표절논란에 대한 YG의 정확한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면 대중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이번 논란의 불씨를 제거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는 핵심 메시지가 쏙 빠져 있다. 
전체 단락에는 핵심 메시지도 없이 부연 설명이 가득가득히 채워져 있다. "사람들이 거의 다 알만한 너무 유명한 곡"이라서 표절을 했다는 건가, 안 했다는 건가? 그냥 비슷하게만 스타일을 따라했다는 건가? 논란을 예상하지 못한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는데...그럼 어느 정도 따라한 것을 인정한다는 건가?

애매하다. 너무 애매하다.


Posted by 강경은(S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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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읽었어요. :)
    대학교 시험에 쓸 답은 못 쓰고 길고 구차하게 사정 좀 봐달라고 쓰는 학생 같았어요 양현석.
    자주 오는 게 아닌데 재밌는 글들이 올 때마다 많아서 좋군요.

    2009.10.07 21:34 [ ADDR : EDIT/ DEL : REPLY ]